“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로 日외교활동 불가능할 수도”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코멘트
“일본의 미래는 한국 등 아시아와 함께 모색해 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가토 고이치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김미옥 기자
“일본의 미래는 한국 등 아시아와 함께 모색해 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가토 고이치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김미옥 기자
“안타깝습니다. 이래서는 일본의 외교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요.”

오른쪽 일변도로 흘러가는 일본 정치가 세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보수를 표방하는 자민당 내에도 같은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방한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65) 전 자민당 간사장을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주변국들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드는 행위”라며 일본이 한국과 일본 간의 우호와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주변국들에 피해를 줬으니 반성하고 그 반성이 드러나도록 외교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며 최근의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토 전 간사장은 자민당 간사장, 외상, 방위청장관 등 일본 정계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현 일본 총리에 앞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던 인물. 최근에는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자위대 파병, 평화헌법 개헌에 반대해 온 자민당 온건파의 막후 실력자다.

한때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자민당 개혁을 주창하는 ‘YKK’로 일컬어지는 정치적 맹우였으나 최근은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노선에 반대하며 사이가 벌어졌다.

“한국이나 중국이 이미 일본이 보여 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이상의 다른 것을 요구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일본은 그 사죄와 모순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죠. 한국과 중국이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일본 쪽에서 과거를 상기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요즘 야마자키 전 부총재와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추진 국회의원 모임’ 결성을 준비 중이다. 8일 창립총회를 할 예정인데 아직 참가 의원이 몇 명이 될지는 모른다고 한다.

최근 일본 정계가 부쩍 우경화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한다는 생각이니 영향을 받는 곳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만 최근 내각 개편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에 대해서는 “장관이 됐으니 스스로 입장을 조절하고 조심할 것”이라며 긴 안목으로 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그가 그리는 동북아 관계는 어떤 것일까.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핵으로 해 미국 러시아를 끼워 넣은 형태의 느슨한 동북아 안전보장 상설기구를 만들어 점차 틀을 굳혀 가야 합니다. 아시아 전체에 안전 보장 구상을 확산시키는 것, 이것이 외교 구상의 중핵이 돼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남북한은 통일될 겁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통일이 올지도 모른다고 봅니다.”

그는 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과 사이좋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듭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건 일본 사회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넓고 길게 봐달라는 주문이었다.

15년여 전 한일포럼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돼 한국을 자주 찾게 됐다. 이번 방한이 10번째. 그는 앞으로 좀 더 자주 한국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