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 징크스… 부시는 괴롭다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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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곤란하게 된 거죠?” 딕 체니 부통령의 루이스 리비 전 비서실장이 리크게이트로 기소된 28일 백악관. 막 캠프 데이비스 별장으로 떠나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NBC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노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워싱턴=AP 연합뉴스
“대통령이 곤란하게 된 거죠?” 딕 체니 부통령의 루이스 리비 전 비서실장이 리크게이트로 기소된 28일 백악관. 막 캠프 데이비스 별장으로 떠나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NBC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노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워싱턴=AP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그동안 재선 대통령들이 밟았던 ‘2기 징크스’의 덫에 걸린 것일까.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장기화, 연방대법관 대법관 후보자를 둘러싼 혼란,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리크게이트)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서 미국 대통령들의 ‘2기 징크스’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2기의 저주’를 언급하며 “역사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 어려움을 깨뜨리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1998년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부인했다가 결국 위증 혐의 등으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경기 회복을 주도했지만 그의 2기는 ‘섹스 스캔들’로 얼룩지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첫 당선 때보다 높은 지지율로 재선에 가뿐히 성공했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지 5개월 만에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TWA항공기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에 미사일을 불법 판매했고 여기에서 나온 돈을 니카라과 반군 지원 자금으로 불법 전용했다. 결국 그는 백악관 핵심 비서진 2명을 사퇴시켜야 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말기엔 워터게이트 건물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5명이 침입했다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백악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으며 60.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선 이후 이 사건의 은폐에 닉슨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이 사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됐다. 결국 그는 임기 도중에 사퇴해야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대통령 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위대한 사회’를 모토로 내걸고 미국 사회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많이 도입했다. 그는 또 베트남전쟁에 미국 젊은이들을 추가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재선 첫해의 베트남 파병 규모는 1만5000명에서 20만 명으로 늘어난다. 결국 베트남전이 장기화되고 미국 사회에서 반전 여론이 거세지면서 그의 인기는 추락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오히려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월스트리트저널은 불운과 함께 대통령의 오만, 비서진의 피로 현상, 집권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곪았던 문제가 터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공영라디오(NPR)도 28일 “미국 현대사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2기 신드롬’이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최악의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과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처럼 이 같은 신드롬의 희생자가 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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