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 촬영 팁 과도한 요구로 할리우드 캐릭터들 체포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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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당신을 서비스 강매 혐의로 체포합니다.”

‘명성의 거리(Walk of Fame)’로 유명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대로에서 20일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 슈퍼 영웅 수십 명이 줄줄이 수갑에 채워져 경찰에 연행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구를 지켜야 할 슈퍼 영웅들이 경찰에 끌려가는 신세가 된 것은 이들의 불공정한 사업활동 때문. 유명 영화와 만화 캐릭터 의상을 갖춰 입고 할리우드 대로를 활보하는 이 ‘짝퉁 영웅’들은 관광객에게 과도한 팁을 요구하여 경찰의 집중단속을 받게 된 것이다.

관광객과 함께 사진을 찍는 대가로 팁을 받는 이들은 ‘캐릭터’라고 불리는 분장 예술가로 할리우드 관광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2, 3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대로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는 10여 명에 불과했으나 요즘에는 80명까지 늘어났다. 이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제로 팁을 요구한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왔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얼마 전 짝퉁 영웅들을 일제히 소집해서 서비스 예절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과도한 팁 요구 관행이 사라지지 않자 이날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체포된 이들은 서비스 강매 및 불법 행상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경찰은 “캐릭터들이 주로 영어를 못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접근해 팁을 요구한다”며 “캐릭터들 사이에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관광객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에는 ‘할리우드 대로에서의 캐릭터 금지’ 법안까지 상정돼 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예술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미 할리우드의 명물로 자리 잡은 캐릭터를 없애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서비스 강매와 바가지 팁 요구는 유명 관광지라면 어느 곳에나 있는 현상”이라며 “오히려 팁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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