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대문학의 전설’ 바진 사망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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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계의 거장 바진(巴金·사진)이 19일 상하이에서 사망했다. 향년 101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바진이 지병인 악성중피세포종양과 파킨슨병으로 투병해오다 17일 오후 7시경 화둥(華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본명이 리페이간(李(불,비,패)甘) 또는 리야오탕(李堯棠)으로 알려진 바진은 1904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대지주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뒤 1923년 상하이에 올라와 혁명운동에 참가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친 뒤 1929년 장편 ‘멸망’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장편 3부작인 ‘집(家)’ ‘봄(春)’ ‘가을(秋)’ 등 ‘격류 3부작’을 통해 사회의 진보와 인간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인위적 제도를 비판하며 인도주의적인 성향을 작품에 짙게 드러냈다.

그의 필명인 바진은 그가 존경한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한자음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짐작이 가듯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과도 폭넓게 교유했으나 정작 공산주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무당파(無黨派)로 작가협회 부주석 등을 지낸 그는 루쉰(魯迅)과 비견되는 중국의 대표적 문호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문화대혁명 때는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하방(下放·시골로 쫓겨 내려가 강제노동을 하는 것)돼 고난을 겪기도 했다. 1976년 복권된 뒤 ‘수상록’ 150권을 집필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자신의 문학을 비판적 입장에서 정리했고 작가협회 주석을 지냈다.

1993년 쓰촨성 작가협회가 ‘바진 문학상’을 제정하려 하자 끝내 만류할 정도로 겸손한 면모를 유지했던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안락사를 희망해 중국 전역에 ‘안락사 논쟁’의 불을 붙이기도 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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