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드는 美대학신문들 “섹스 칼럼니스트 찾습니다”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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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에 오럴섹스만 한 사랑 표현이 없다.”(노스애리조나대의 ‘럼버잭’) “방금 처음으로 바이브레이터를 샀다.”(하버드대의 ‘하버드 인디펜던트’) “섹스는 자극적이다. 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의 섹스는 더더욱 그렇다.”(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데일리 넥서스’)

미국 대학신문들에 등장한 ‘섹스칼럼’의 제목들이다. 월간 애틀랜틱 11월호는 대학특집 기사에서 최근 미국 대학신문들에 ‘섹스칼럼’이 넘쳐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대학신문이 섹스 칼럼니스트들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신문 섹스칼럼들의 특징은 놀랄 만한 솔직 대담함. 클린턴식 섹스(오럴섹스)에서 자위행위, 노출증까지 끝이 없다. 외설적인 섹스일지부터 ‘인체학 강의(?)’까지 수준은 다양하지만 그 노골성에선 어느 곳도 아이비리그와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칼럼이 워낙 범람하다 보니 일종의 ‘수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칼럼니스트는 △거의 모두가 1인칭 화법으로 글을 쓰는 여학생이며 △유명한 전문 칼럼니스트를 모방하는 경우가 많고 △모두들 새로운 것만 찾다보니 결국 신문마다 같은 소재를 다루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분석했다.

일례로 1997년 처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신문에 등장한 ‘화요일의 섹스’는 최초의 대학 섹스칼럼으로 섹스칼럼의 전형을 보여 준다. 새리 아이치스라는 여학생이 쓴 이 칼럼은 섹스에 대해 난잡한 조언을 하면서 항상 “내숭떨기(prudishness)야말로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죄”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1980년대 유명했던 성 상담가 루스 웨스트하이머 박사의 어투(“그렇게 많은 사람이 성에 대해 무지한 게 놀라운 일인데…”라며 시작)를 흉내 내기도 하지만 역시 ‘최고의 사부’는 ‘섹스 & 시티’로 유명한 캔더스 부슈넬 같은 섹스 칼럼니스트. 그래서인지 대부분 대학 섹스칼럼은 일기 형식을 빌려 개인적 경험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들 칼럼엔 그저 환상적 섹스만 그려져 있을 뿐이지 성문제를 둘러싼 고뇌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애틀랜틱은 “실제 대학생 모방꾼들은 (성)경험도 별로 없고 ‘전문지식’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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