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뇌사엄마가 낳은 아기도 41일만에 끝내 숨져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하늘도 무심한 걸까.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3개월간 버틴 뇌사 엄마에게서 태어나 세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아기가 41일 만에 끝내 숨졌다.

미국 워싱턴 아동국립의료원은 12일 ‘뇌사 엄마’ 수전 토러스(사진) 씨가 낳은 수전 앤 캐서린 양이 장이 뒤틀려 수술을 받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이었던 수전 씨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은 올해 5월 7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뇌에 전이되면서 뇌중풍(뇌졸중)을 일으킨 것. 이때 수전 씨는 두 살배기 아들 피터 군이 있었으며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워싱턴 버지니아의료센터는 미술품 세일즈맨인 남편 제이슨 씨에게 수전 씨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제이슨 씨는 출산을 강행했다. 아내가 평소 “일을 그만두고라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임신한 사실을 기뻐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하루 7500달러(약 75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물면서 출산을 기다렸다. 병원 측은 인공분만을 해도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지 알 수 없다면서 중절수술을 권했지만 제이슨 씨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병원에서 지내며 의료진을 설득했다.

이들 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금운동이 벌어져 40만 달러(약 4억 원)가 걷혔다. 누리꾼(네티즌)들은 블로그를 만들어 이 부부를 응원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e메일이 쇄도했다.

지난달 2일 수전 씨는 제왕절개로 임신 21주 만에 딸을 출산했다. 0.82kg에 불과한 미숙아였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은 다음 날 수전 씨는 결국 생명유지 장치를 뗀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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