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自 “고이즈미 이겨라”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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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일본 중부 아이치(愛知) 현 도요타(豊田) 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6일 집권 자민당 후보의 선거 지원 연설을 하러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 부회장이 부리나케 유세장을 찾았다.

고이즈미 총리를 정중히 맞은 조 부회장은 연단에 올라가 “고이즈미 개혁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잠시 후 장소를 옮겨 열린 자민당의 또 다른 집회에는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이 나타나 역시 자민당 지지를 선언했다.

지금까지 도요타가 정치와 거리를 두며 ‘중립’ 기조를 지켜 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을 겸하는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도 지난달 말 “경단련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을 지지한다”며 고이즈미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도요타의 수뇌부가 노골적으로 집권당을 지지하자 재계의 정치 참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도요타 경영진이 자민당 지지를 공언하는 것은 10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사태”라고 전했다.

도요타 경영진이 자민당 지지를 공언하고 나선 것은 우정민영화를 비롯해 고이즈미 총리가 내세우는 ‘개혁’이 규제 완화를 바라는 재계의 이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 오쿠다 회장은 평소 고이즈미 총리와 자주 술자리를 가질 만큼 격의 없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민당의 재집권이 확실해지자 장래를 대비해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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