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終戰키스’ 남자 주인공 찾았다…수병출신 어부 멘돈사 씨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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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사진. 그동안 숱한 화제를 낳았던 사진 속 남녀 주인공의 신원이 60년 만에 확인됐다고 미국 ABC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이 사진은 미국 라이프지의 사진기자였던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가 1945년 8월 14일(미국 시간)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뉴욕 타임스스퀘어로 몰려나온 수십만 명의 인파 중에서 찍은 장면 가운데 하나로 종전의 상징물처럼 인구에 회자돼 왔다.

그러나 당시 아이젠스타트가 사진 속의 남녀 이름을 취재하지 않아 그동안 여러 사람이 저마다 주인공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여주인공이 간호사 출신의 이디스 셰인(86) 씨라는 사실은 1980년에 밝혀졌다. 셰인 씨는 12일 타임스스퀘어에 세워진 사진의 실물크기 인형 옆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60년 전 키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날 말고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의 정체는 미궁 그 자체였다. 하지만 60년 만에 결정적 계기가 생겼다. 수병 출신의 어부 조지 멘돈사(82·사진) 씨가 “내가 바로 그 남자”라고 주장하며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뉴포트의 해군전쟁대학박물관을 직접 찾았기 때문이다.

멘돈사 씨는 “다른 이들이 사진 속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얘기를 듣고 피가 거꾸로 끓어올랐다”고 말했다.

진실 확인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박물관 측은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미쓰비시 전기연구소에 의뢰해 단 몇 초 만에 각기 다른 각도로 멘돈사 씨의 머리 사진 수천 장을 찍은 다음 이를 3차원 컴퓨터 이미지로 만든 뒤 사진 속 각도대로 기울여 대조했다. 세월을 감안해 그의 겉모습도 60년 전으로 되돌렸다.

박물관의 한스피터 피스터 부소장은 “이렇게 처리한 멘돈사 씨 사진을 60년 전 사진에 겹쳐 본 결과 그가 사진 속 주인공이 맞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스터 부소장은 “두 사람이 동일인인지 100% 자신할 수는 없다”며 “결국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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