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선단체 150만개 난립…기부금도 부익부 빈익빈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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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자선단체 기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기부금이 적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기부금이 늘어서 고민이다. 기부금 증가와 함께 자선단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과잉경쟁과 운영부실의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에서는 150만 개의 자선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2003년에 비해 7만5000개(5%) 정도 늘어난 규모. 자선단체 증가는 미국의 경기 호전으로 자선기부 행렬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인들의 기부 총액은 2481억 달러로 4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슷비슷한 자선기관들이 급증하면서 “제대로 된 단체를 찾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기부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샌프란시스코 주민이 노숙자 지원기관에 돈을 기부하려면 125개 단체 중에서 골라야 한다. 자선단체 조사기관 ‘기빙 USA’에 따르면 150만 개 자선단체 중 재정상태가 건실한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만∼70만 개에 불과하다. 연 기부금 수령액이 1만 달러도 되지 않는 ‘초미니’ 자선단체도 10만여 개다.

자선단체 급증은 역설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대형 자선기관으로 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적십자사, 유니이티드웨이 등 미국 10대 자선기관이 거둬들인 기부금이 전체 기부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했다. 2000년(10%)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선분야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자선분야 비전문가들이 너도나도 자선단체 설립에 뛰어들면서 기금 유용과 세금 포탈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는 자선단체 등록기관인 국세청(IRS)의 관련법규를 개정해 자선단체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운영경력 등의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지금까지 자선단체가 한 번만 등록하면 됐던 것을 5년마다 등록을 갱신하도록 할 계획이다.

자선단체들의 자구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뉴욕 피츠버그 등 10여 개 시당국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자선단체들에 재정지원을 해 주는 방식으로 자발적인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금난 해소를 위해 상품 판매, 시설 대여, 기금 대출 등 일부 영리사업을 병행하는 자선단체들도 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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