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이후]11시간 vs 6개월…신속 사과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09분


러포트 美사령관 “죄송합니다”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11일 미군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여성 배달원 김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동두천시의 한 병원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동두천=연합
러포트 美사령관 “죄송합니다”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11일 미군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여성 배달원 김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동두천시의 한 병원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동두천=연합
‘11시간과 6개월의 차이.’

10일 주한미군 차량에 의한 50대 여성 요구르트 배달원 사망사고와 2002년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에 대한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의 대응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선 발생 11시간 뒤인 11일 새벽(한국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명한다”란 말로 회견을 시작할 정도로 미국 측의 대응이 신속했다.

또 이날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들도 숨진 김모(51) 씨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조문했다. 주한미군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개선책이 마련될 때까지 비상임무를 제외한 미군의 모든 훈련을 중지시켰다.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과 마크 민튼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사고 직후 깊은 사과와 애도를 표시했다.

반면 3년 전 여중생 사망사고 때는 발생 5개월이 지난 뒤에야 부시 대통령이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후 사고를 낸 미군 병사들에 대한 무죄평결로 한국 내 반미 정서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자 사고 발생 6개월이 다 된 12월 10일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로 직접 애도와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주한미군은 사고 발생 2주가 지나서야 사령관 명의로 유감을 표명했고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 인사들도 ‘뒤늦은 조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미 악화된 반미 분위기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12일 “여중생 사망 3주기를 앞두고 유사 사고가 발생해 미국 정부와 미군 수뇌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한국인 인사 사고에 대해선 과실 여부를 떠나 최대한 빨리 사과해 한국인들의 정서를 달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을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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