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기원지는 동아프리카…인도기원설 뒤집어

  • 입력 2005년 5월 13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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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센병(나병)에 대한 기록은 13세기 중반 고려 고종 때 발간된 ‘향약구급방’에 처음 등장하지만 그 기원은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13일자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한센병은 인도에서 전파됐다. 또 맨 처음 나균은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나균의 인도 기원설을 뒤집는 결과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스튜어트 콜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나균의 유전자를 분석, 비교한 결과를 통해 환자의 이동을 추정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한센병에 대해 전 세계 감염경로가 자세히 드러났다. 전염병의 전파경로를 파악하는 일은 예방 대책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

1871년 노르웨이 의사인 한센이 발견한 나균은 사람 사이에만 전염돼 병을 일으킨다. 또 2배로 증식하는 데 13일이나 걸려 일반 미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손대에서 돌연변이가 적게 나타난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균이 어떻게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찾기 쉽다.

연구팀은 300만 개 이상의 염기배열에서 3군데의 돌연변이 부분을 단서로 대륙별로 나균의 유전자가 얼마나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조상래(53) 교수는 “동아프리카 나균은 돌연변이 정도가 가장 적으므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의 나균은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을 거쳐 그리스에 전파되고 이어서 로마를 통해 유럽에 들어갔다. 그동안 유럽 한센병은 인도 원정에서 돌아온 그리스 군인들이 유럽에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도의 나균은 정확한 이동 시기를 파악할 수 없지만 한국, 필리핀, 남태평양지역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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