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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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플레이어는 일본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중국이 10만 원 이하 저가 DVD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강자로 부상했다.

그런데 중국이 DVD플레이어를 수출하면 할수록 오히려 일본이 이익을 본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중국이 광픽업(光 pick up·턴테이블의 바늘에 해당) 등 DVD플레이어의 핵심부품을 거의 100%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

이처럼 제조업 중심의 중국과 핵심 부품기술의 일본은 흔히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됐다.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과 일본의 기술이 내는 상호보완성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양국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고조된 반일감정을 경제 분야와 연결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최근 중국 기업은 해외 인수합병(M&A)을 강화하면서 많은 분야에서 자체 기술을 축적했다. 일본 기업의 기술력에 맞먹는 중국 기업이 늘기 시작한 것.

올해 1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고, 지난해 12월 컴퓨터업체 롄샹이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했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거대 가전업체 하이얼, TCL 등도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2004년 말 현재 약 370억 달러. 건당 평균 투자액도 2002년 134만 달러에서 2002년 281만 달러, 2003년 409만 달러로 커지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도 일본 대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2000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아세안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제안한 이후 중-아세안의 경제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2001년 중국과 아세안 정상들은 2010년 FTA를 완전 체결키로 합의한 뒤 2006년까지 농산품을 중심으로 600여 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과 아세안이 합쳐진다면 인구 19억(중국 13억, 아세안 5.6억), 역내 국내총생산(GDP) 2조4000억 달러(중국 1조4000억 달러, 아세안 1조 달러)의 초대형 시장이 만들어진다. 중국의 힘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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