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0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탈리아 여기자 줄리아나 스그레나(57·사진) 씨의 피랍 스토리는 그가 5일 로마에 도착하면서 막을 내렸다.
수척한 모습으로 로마의 치암피노 공항에 도착한 스그레나 씨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롯한 국민의 따뜻한 환대 속에 쇄골치료를 위해 군병원으로 옮겨졌다.
1988년부터 공산당 계열 일간지인 일 마니페스토에서 일해 온 스그레나 씨는 알제리를 시작으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지역을 돌며 전쟁의 참혹함과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고발해 왔다.
미군의 통제와 지원을 거부하고 단신으로 이라크에서 취재활동을 해 온 그는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던 이라크 여인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지난달 4일 바그다드대 부근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
납치 소식이 알려지자 수니파 지도자들마저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할 여성”이라며 석방을 호소하는 등 구명운동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정부의 물밑 협상 끝에 납치된 지 한 달 만인 4일 석방됐지만 그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풀려나는 순간 ‘위험은 끝났다’고 안심했던 그는 바그다드 공항으로 가던 중 검문소 앞에서 미군의 오인 사격을 받아 왼쪽 어깨를 다쳤다.
스그레나 씨를 구하려던 니콜라 칼리파리(51) 씨는 오인 사격으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칼리파리 씨는 스그레나 씨의 구명을 위해 비밀협상을 성사시킨 이탈리아 정보요원.
칼리파리 씨의 시신은 스그레나 씨가 귀환한 다음날인 6일 군용기 편으로 치암피노 공항에 도착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