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란과 核연료 공급 협정

  • 입력 2005년 2월 27일 2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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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7일 이란과 핵연료 공급 협정을 체결해 이를 반대해 온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이란 핵개발 지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나 러시아는 3일 만에 이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나온 것이다.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은 “이란을 방문 중인 알렉산드르 루미얀체프 원자력부 장관이 핵연료를 공급할 남부의 부시르 원자력발전소를 둘러본 뒤 골람레자 아가자데 이란 부통령과 협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26일로 예정됐던 조인식이 연기되면서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연기 이유는 연료 공급 시점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모하메드 사에디 이란 원자력기구 부대표는 “미-러 정상회담은 이번 협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 따라 러시아는 이르면 4월부터 이란에 핵연료를 공급한다. 러시아는 이미 90t에 달하는 첫 공급분의 수송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시르 원전은 연말에 가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이란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없도록 사용 후 핵연료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아래 회수할 계획이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로의 전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의심하는 미국은 이 핵연료가 연간 3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며 반대해왔다.

러시아 기술로 10년 동안 8억 달러를 들여 건설된 부시르 원전은 1000MW급이다.

러시아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분야 협력을 계속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 때문이다.

이란은 원전을 더 건설해 2020년까지는 7000MW의 전력을 원전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란이 추가로 발주하는 원전 공사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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