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실종 美조종사 유해 中단둥서 52년만에 찾아내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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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중국 단둥(丹東)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가 6·25전쟁 중인 1952년 실종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6월 단둥에서 발견된 유해를 확인한 결과 1952년 9월 실종된 공군 F-86 제트기 조종사 트로이 코프 대위로 밝혀졌다고 26일 발표했다.

6·25전쟁 참전 미군의 유해가 중국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코프 대위의 유해 발굴은 6·25전쟁 당시 옛 소련이 미군 조종사들을 체포해 정보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미 행정부의 분석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프 대위는 1952년 9월 16일 F-86 세이버 제트기를 몰고 압록강 근처 미그기 출몰지역에 출격한 뒤 미그 15기 6대와 공중전을 벌이다 실종됐다.

코프 대위의 유해 확인은 미국인 사업가가 1995년 단둥의 한국전기념관에서 그의 군번과 이름이 새겨진 인식표를 발견해 중국 주재 미 대사관에 알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담당 합동사령부(DPMO)’는 코프 대위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으나 중국 측의 협조 거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어 DPMO는 1999년 러시아의 포돌스키 고문서 보관소에서 코프 대위와 관련된 문서를 찾아냈다. 소련 조종사들의 진술이 포함된 이 문서에는 세이버 제트기가 단둥에 추락했으며 소련과 중국 측이 수색작업을 벌였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2003년 10월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DPMO는 마침내 지난해 5, 6월 현지에 발굴팀을 보내 비행기 잔해와 사람의 유해를 발견했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해의 주인공이 코프 대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방부는 5월 장례식을 위해 가족에게 유해를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쟁 중 실종된 미국인은 8만8000여 명이며 이 중 8100여 명이 6·25전쟁에서 실종됐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유해 220구를 발굴했으며 이 중 20구는 신원이 확인됐다. 미국은 지난해 다섯 번의 발굴작업을 위해 북한에 약 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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