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15년만에 다시 內戰위기

  • 입력 2005년 2월 1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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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발생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으로 레바논은 혼돈에 빠졌다. 암살의 배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1990년 종식된 내전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가 죽였나?=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한 이슬람 단체의 성명을 담은 비디오가 아랍 위성TV 알 자지라에 방송됐다.

비디오에 등장한 남자는 ‘레반트(동지중해 연안 지역)에서의 성전(聖戰)과 지지’라고 적힌 깃발 앞에서 “하리리 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앞잡이였기 때문에 살해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낭독했다.

레바논 경찰은 성명을 낭독한 사람이 베이루트에 사는 아부 아다스 씨라는 팔레스타인 사람인 것을 밝혀내고 곧바로 그의 집을 급습했으나 이미 달아난 뒤여서 컴퓨터와 서류만을 압수했다.

아다스 씨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가 실제로 사건에 가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에는 시리아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레바논 야당은 배후에 레바논 정부와 시리아가 있다며 레바논 주둔 시리아 병력 1만5000명의 철군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미국은 시리아를 사건 배후로 보고 있다”며 “시리아 군의 레바논 주둔 문제를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회부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도 시리아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시리아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불안한 레바논의 미래=레바논은 전군 비상령을 발동하고 검문소와 거리 경계를 강화했다.

하리리 전 총리의 시신이 안치된 베이루트의 병원 주변에는 시위대가 몰려가 반(反) 시리아 구호를 외쳤으며 베이루트 시내 상점들은 문을 닫고 3일간의 애도에 들어갔다. 장례식은 16일. AP통신은 “4, 5월경으로 예정된 레바논 의회 선거가 하리리 전 총리의 죽음으로 연기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고위급 인사의 죽음으로 자칫 레바논이 다시 내전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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