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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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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9일 이틀 동안 열린 청문회는 의회의 권위와 함께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 상원의 고유 권한인 인준 청문회는 1787년 제정된 헌법 2조에 근거를 두고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임명토록 한 대상은 행정부의 차관보급 이상 고위 관리와 연방판사 등 600명에 이른다.
라이스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주관한 외교위원회는 소속 위원들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18명의 의원이 소속된 외교위의 리처드 루거 위원장은 5선으로 27년째 상원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은 법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6선 의원으로 상원의원 경력만 무려 33년.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부시 대통령과 겨뤘던 4선(경력 21년)의 존 케리 의원도 외교위 소속이다.
이들 원로는 풍부한 경험과 식견으로 청문회의 권위와 무게를 더했다.
바이든 의원이 “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국가안보보좌관 시절부터 여기 있었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라이스 내정자도 압도되는 분위기였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능력과 자질이 공개됐고 사전 조사와 답변서 제출 등으로 철저하게 준비된 청문회는 위원장의 노련한 진행으로 물 흐르듯 진행됐다.
바버라 복서 민주당 의원이 이라크전 결정 과정과 전후 처리 등에 관한 라이스 내정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특별히 긴장감을 느끼게 했을 정도였다.
출신 주를 의식한 질문이나 설교조의 발언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국회에서 흔히 보는 일방적인 질문과 답변 방해, 목청을 높이는 의원은 없었다.
의회전문 TV인 C-스팬의 생중계도 의원들의 튀는 행동을 자제시키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토론이 끝난 뒤 의원들은 인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설명하거나 찬반 의사만 밝히는 것으로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공화 대 민주당의 의원 수가 10 대 8이었지만 결과는 찬성 16, 반대 2였다. 당론도 없었고 남의 눈치를 보는 의원도 없었다. 소신 표결이 있었을 뿐이다.
20일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후해 워싱턴에는 40여 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다녀갔거나 지금도 머물고 있다. 4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다른 나라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워싱턴에 왔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치인을 공식 초청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열려 있는 상태도 아니고 다양한 명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굳이 나쁘게만 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미국을 방문했으니 미 의회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를 성찰하는 기회가 됐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한반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도 진지하게 읽고 고민해 봤기를 기대한다.
권순택 워싱턴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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