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姓 붙이자”…프랑스판 호주제 폐지 놓고 야단법석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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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사는 니콜라 뒤부에(33)와 엘렌 드 라 포르트 데 보(29·여) 부부는 곧 태어날 딸아이에게 아빠와 엄마의 성(姓)을 모두 붙여 주기로 했다. 이 부부는 현재 ‘뒤부에’를 앞에 쓸지, ‘드 라 포르트 데 보’를 먼저 쓸지 고민 중이다.

프랑스는 올해 개정 민법 시행에 들어갔다. 내용은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성 외에 어머니의 성만 붙일 수도 있고 부모의 성을 함께 붙일 수도 있다는 것. 보수진영이 크게 반발하면서 ‘프랑스판 호주제 폐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모계 성 존속=개정 민법은 아기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붙이려면 부모가 순서를 정하도록 했다. 어느 쪽 성을 붙일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했다. 일단 성을 정하면 모든 남매는 같은 성을 써야 한다.

민법 개정은 최근 프랑스 신생아의 45%가 정식 결혼 절차 없이 태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중도 우파 성향의 일간지 르 피가로는 사설에서 “개정 민법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한을 빼앗은 또 다른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가톨릭계 일간지인 라 크루아는 “이번 개혁은 멍청한 짓”이라며 “족보학자들에게는 좋겠지만 공무원들에게 고역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귀족 조상을 둔 명문가는 아들이 없어도 성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20일 전했다. 또 외가가 명문집안이면 ‘마틴 - - 뒤퐁’처럼 줄 2개를 그어 구분하도록 했다. 프랑스에서는 성에 드(de) 또는 뒤(du)가 있으면 명문가로 통한다.

▽여성 존중 논란=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보장하는 입법을 5년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여성이 같은 일을 하는 남성보다 20% 적은 보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에서는 이미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법률이 있다고 대통령을 비난했다. 다만 기존 법률은 강제력이 없을 뿐이라는 것. 이들은 시라크 대통령이 2007년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기 위해 여성 유권자들에게 구애(求愛)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 민법 시행에 앞장섰던 세골렌 루아이얄 전 공동체·보건·가족부 장관도 시라크 대통령의 선언을 ‘언론용 깜짝쇼’라고 비난했다. 현재 필요한 것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법률을 시행할 제도적 장치라는 주장이다.

루아이얄 전 장관은 내친 김에 사회주의 진영을 대표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기세다. 그녀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 자녀 4명을 낳았지만 결혼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민법이 오래 전에 개정됐다면 아이들에게 내 성을 물려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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