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해일]여행사 직원등 줄잇는 추모 발길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12분


28일 오후 7시, 태국 푸껫 시 삼콩 지역의 사원 ‘와트 코짓’에 두 개의 촛불이 켜졌다.

이번 쓰나미로 사망한 한국인 4명의 넋을 기리는 분향소다.

푸껫 여행자협회 소속 10여 명의 여성이 부지런히 저녁식사를 챙겼고, 남자들은 천막을 치고 향을 피웠다.

오후 7시에는 20여 명에 불과하던 인원이 오후 8시가 돼서는 100명 가까이 불어났다. 대부분 현지 여행사 직원들이었다. 얼굴은 모르지만 푸껫에서 한국인이 죽었다는 사실이 이들을 분향소로 이끌었다.

이들의 주제는 자연스레 쓰나미의 악몽으로 되돌아갔다.

피피 섬에서 쓰나미가 몰아닥칠 때 화장실에 있다가 급하게 뛰어나와 여행자 가족의 아이 두 명을 안고 산으로 뛰어올라간 신참 가이드는 영웅이 됐다.

신혼여행차 카오락을 찾았다가 실종된 한 쌍이 화제에 올랐다.

교민인 최영지 씨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저세상으로 떠난 걸 생각하면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촛불이 3분의 1 정도 타들어 갔을 무렵 국화와 향이 모두 준비됐다.

먼저 방꼭에서 내려온 김봉주 총영사가 향을 피우고 묵념을 했다. 이어 여행자협회 임원진과 가이드들이 차례로 묵념을 했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밤 12시가 넘어 카오락에서 숨진 이혜정 씨의 시신이 든 관이 도착했다. 갑자기 분향소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관이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는 모두 큰절로 고인을 위로했다.

최종태 협회 회장은 “실종자가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분향소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민들이 릴레이로 나와 분향소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푸껫=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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