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이 전사자 위로편지에 서명할 시간 없냐”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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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에서 병사들의 질문에 무성의한 답변을 했다가 야당인 민주당의 사임 압력에 시달리는 등 사면초가에 놓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19일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군인 가족들에게 보낸 위로편지에 직접 서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최근 해외미군 기관지인 성조지에 보낸 성명에서 그동안 전사자 유족에게 보낸 편지에 기계로 서명한 사실을 시인하고 앞으로는 펜으로 직접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성명에서 “조국을 지키다 다치거나 숨진 병사들과 유족들을 만나는 것은 국방부 관리들의 숭고한 특권”이라며 “나는 그동안 1000명이 넘는 전사자 유족들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슬픔에 젖은 유족에게 편지를 빨리 전달하기 위해 일일이 서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싸우다 사망한 병사들의 유족이 보내준 수많은 편지에 깊이 감사하며 그들의 개인적 손실에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앞으로는 직접 서명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군인 출신 작가 데이비드 핵워스 씨가 지난달 22일 칼럼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위로편지에 직접 서명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방장관이 편지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전사자 유족은 “스쿼시 약속은 지키면서 위로편지에 서명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며 분개했다고 핵워스 씨는 전했다.

성조지는 유족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서 받은 위로편지의 사인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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