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원 "종군위안소 존재 인정…손해배상은 안해"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5시 49분


일본 법원이 제2차세계 대전중 일본군의 종군위안소 설치와 종군위안부 존재는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고법은 중국 여성 4명이 일본 정부의 사과와 함께 총 9200만엔(약 9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전날 이같이 판결했다.

원고들은 중국 산스(山西)성에 사는 77세 여성 등 4명으로 1942~1944년 산스성에 침입한 일본군에게 납치돼 주둔지 등에 설치된 종군위안소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이들이 감금당한 기간은 최단 6일에서 최장 5개월간. 이들은 아직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에는 종군위안소가 설치되었으며 일본군 관리 하에 여성을 두고 성적 봉사를 시켰다"고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일본군들이 주군지 부근에서 당시 어린 소녀 등을 포함한 원고들을 납치해 '종군위안부'로 삼고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원고측 주장도 사실로 받아들였다.

1심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한 피해에 대해 사실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시효 소멸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중국은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시 공동성명에서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중국민 개인의 배상청구권 포기를 뜻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전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국제관습법상 존재하지 않으며 일본 민법에 따른 청구권도 20년을 경과했다"며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원고들은 판결 후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불리한 판결로 상고하겠다"면서 "재판부도 사실로 인정한 만큼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고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중국인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연일 성폭행을 당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1995년 제소했다. 2001년 5월 1심 판결에서는 청구 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이 패소했다.

그후 고법 심리에서는 피해 여성들과 당시 일본군인 등이 증인으로 출석, 종군위안소 실태와 종군위안부의 생활 등에 관해 밝힌 바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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