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밀군사기지 사찰 안돼”… IAEA와 옥신각신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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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란이 핵개발을 둘러싸고 2회전에 돌입했다.

IAEA는 이란의 비밀 군사기지 두 곳을 점검하겠다며 사찰관들의 입국을 요구했다. 이란이 이 두 곳에서 핵무기를 만들려 한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란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핵무기를 만든다는 구체적 증거를 내놓아야 개방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는 IAEA 이사회가 지난달 29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중단 약속을 확인한 지 불과 4일 만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IAEA가 지목한 곳은 수도 테헤란을 중심으로 남동쪽의 파르친과 북동쪽의 라비잔Ⅱ 군사기지. 이란은 그동안 파르친에서 재래식 고성능 폭탄과 로켓 엔진 등을 개발해 왔다. IAEA는 이 곳에서 핵무기 기폭장치용 고성능 폭탄을 실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AEA는 또 라비잔Ⅱ의 조달품 목록을 입수했다. 목록에는 원심분리기 가동용 특수 전원공급 장치를 포함한 핵개발 관련 품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구매 목록이나 다름없다”면서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 장비를 군부가 구입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단순히 ‘핵개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는 소문을 근거로 한 사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 군부가 핵무기를 몰래 개발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민간 핵시설만 사찰할 수 있는 IAEA는 이란이 자발적으로 군사기지를 공개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현장 접근이 불가능해 국제적 압력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일 “IAEA에 사찰 허용을 약속했던 이란의 이 같은 태도는 속임수와 다름없다”며 IAEA를 거들고 나섰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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