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라크 팔루자 대대적 공습

  • 입력 2004년 11월 8일 17시 09분


코멘트
또다시 팔루자다.

미군은 8일 새벽 수니파 저항세력의 거점인 팔루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 작전에는 인천상륙작전과 베트남전 이래 최대 규모인 미군 1만2000여명이 동원됐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치안 확보의 분수령이 될 이번 공습은 지난해 3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중요한 미군의 공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규모의 공습=8일 새벽 미군은 전투기로 팔루자를 공격한 후 지상군을 투입시켰다. 팔루자 시내 서쪽의 한 병원을 점거하고 시내를 잇는 다리 두 곳도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인 50여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다쳤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7일 비상사태를 선포해 미군의 강경진압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이번 공격은 규모면에서 10월에 이뤄진 대공습과 비교되지 않는다. 지난달 공습 때는 주로 전투기에서 단발성의 공중 폭격을 실시했지만 8일 팔루자 공격 때는 미 해병대 1만2000여명과 이라크 보안군 8000여명이 투입됐다. 지상군을 통해 3000~4000명으로 추산되는 팔루자의 저항세력을 '싹쓸이'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4월 '팔루자 사태' 때 미 해병대 2500여명을 투입한 것과, 8월 강경시아파를 진압하기 위한 나자프 공습에 미군 2000여명과 이라크 보안군 1800여명을 투입할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일거양득의 효과=미군이 팔루자를 진압하면 수니파 저항세력과 해외 유입 테러범들을 한꺼번에 타진할 수 있다. 특히 팔루자에 주둔한 것으로 알려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각종 산하단체를 모술 등지로 파견하고, 외국인 납치 사건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국에게는 '눈엣가시'였다.

라마디, 티크리트 등 수니삼각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수니파 저항세력의 전력도 반감시킬 수 있다.

미군과 과도정부는 올해 8월 시아파 성지(聖地)인 나자프를 공격해 강경 시아파를 진압한 상태에서 수니파 저항세력과 해외 유입 테러범들은 치안확보를 위한 마지막 걸림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팔루자 공격이 자칫 이라크 내에 대규모 폭력사태를 유발해 내년 1월 총선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신들도 4월 한달 동안 이라크인 731명과 미군 135명이 숨졌던 '팔루자 사태'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사설을 통해 "이라크 수니파가 내년 총선에서 시아파나 쿠르드족과 차별 없는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신뢰할 때 수니삼각지대의 저항도 줄어들 것"이라며 평화적인 팔루자 해법을 제시했다.

▽실속 챙기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시아파는 내년 총선을 통해 이라크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다와당, 이슬람 최고 혁명위원회 등 각종 시아파 정당들은 지난달 말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를 정점으로 뭉쳐 총선 후보자 명단을 함께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8일 정통 시아파 성직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로도 기존 시아파 정당과 연합해 총선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FT는 "이라크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수니파들이 단합한다면 1921년부터 이어져 온 수니파 정권 대신 시아파 정권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헌국회를 구성할 275명의 의원을 뽑는 내년 1월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 차지하면 영구 헌법도 시아파에 유리하게 작성될 것이기 때문.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은 자치권 획득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곳은 알라위 총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쿠르드족 지역을 제외할 정도로 치안이 확립된 곳. 한 쿠르드족 주지사가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자고 주장할 정도로 안정돼 있기도 하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민주당 당수와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 당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치권 획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가질 수 없다면 총선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위협해 왔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