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유력]美언론 “4년전 오보 악몽 되풀이 말자”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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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시간 2일 오후 11시50분(한국시간 3일 오후 1시50분).

미국 플로리다의 개표율이 97%를 넘어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2%,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47%의 득표율을 보였다. 표 차이는 약 35만표.

플로리다는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까지 거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곳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달랐다. 선거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신중했다. CNN 선거방송은 개표율이 97%나 되는 상황에서도 플로리다를 ‘격전지’로 분류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방송인 BBC가 같은 시간 플로리다를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으로 분류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대선을 보도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4년 전의 오보 악몽 때문인 듯했다.

속보 경쟁에서 오는 오보를 막기 위해 ABC, CBS, NBC, CNN, FOX뉴스, AP통신 등 6개 언론사가 ‘국가 선거풀’을 구성해 투표 결과를 공동 보도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방송사는 지지율 차가 1%포인트 미만이면 아예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선의 최종 승자 발표도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시간 이날 오후 2시반경.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고, 76% 정도 개표된 오하이오에서도 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일부 한국 언론들의 홈페이지에는 ‘이번 대선이 부시 승리로 기울었다’는 제목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뉴욕타임스는 ‘이제 오하이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접전지 줄어들다’, CNN은 ‘오하이오를 주목’, ABC는 ‘오하이오와 미시간이 관건’ 등과 같은 머리기사로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시간 오후 3시1분 AP통신이 80% 이상 개표된 오하이오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겼다는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하면서 일부 신문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소식을 조심스레 전하기 시작했다.

폭스 TV와 NBC 등 방송은 “오하이오에서 부시 대통령이 케리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전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부시 대선 승리 눈앞에’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케리 후보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의 투표 결과를 문제 삼으면서 다시 미국 언론들은 최종 결과를 유보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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