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현지표정]“4년전 플로리다 재판되나” 한때 술렁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24분


“이번엔 오하이오주가 정치적으로 대접을 많이 받았는데…. 시원섭섭합니다.”

2일 주도(州都) 콜럼버스에서 투표를 마친 로버트 해머(42)는 오하이오주의 정치적 위상이 ‘내놓은 자식에서 인기 최고로(from abandoned to too wanted)’ 바뀌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일찌감치 패배를 예감하고 선거 전 한 달간 발길을 끊었지만 이번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총 45차례나 방문했던 곳이 바로 오하이오주다.

해머씨는 “선거가 끝났으니 정치광고가 홍수를 이뤘던 TV들도 상업광고로 돌아갈 테고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과 허브 와이스버그 교수는 전화인터뷰에서 “두 후보가 워낙 자주 방문하고 언론을 타는 바람에 오하이오가 주요 승부처가 됐다”면서 “특히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 취임 후 오하이오가 일자리 23만개를 잃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2000년 대선 이후 4년간 당파적인 시대였는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온 나라가 두 동강 나는 바람에 앞으로 4년간 더욱 당파적인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날 콜럼버스 클리블랜드 등 오하이오주의 대도시와 주변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의 긴 행렬이 투표시간 내내 계속됐다. 콜럼버스에서 투표한 짐 홀트(56)는 “투표하느라 3시간을 기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콜럼버스 인근 갬비어 투표소에는 전자투표기가 2대뿐이어서 대기시간이 무려 7시간까지 걸리자 대학생 유권자들이 낮잠을 자거나 랩톱 컴퓨터로 영화를 보기도 했다.

신규등록 유권자가 80만명 이상인 오하이오에서는 투표 자격을 둘러싼 양당의 충돌이 우려됐으나 공화당측이 ‘일단 지켜본다’는 방침을 정해 큰 불상사는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향하기에 앞서 오하이오를 다시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콜럼버스의 공화당 사무소에 들른 그는 한 표를 부탁하고 있던 자원봉사자의 전화를 건네받아 “대통령 부시입니다”라고 말해 통화 중이던 유권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에게 “1 대 0”이라며 득의만면한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케리 후보측은 오하이오 개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콜럼버스는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콜럼버스=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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