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한국인 도움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9시 00분


칠레에서 선교활동을 해 온 장홍근 장로가 서울 보훈병원을 찾아 입원해 있는 에스테르린다 란칼라우엔을 위로하고 있다.-김동주기자
칠레에서 선교활동을 해 온 장홍근 장로가 서울 보훈병원을 찾아 입원해 있는 에스테르린다 란칼라우엔을 위로하고 있다.-김동주기자
불운이라고 생각하기엔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1960년 겨울 칠레 남부의 칠로에라는 섬마을에서 태어난 에스테르린다 란칼라우엔(44·여).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불행이었지만 얼마 뒤 더 큰 재앙이 그를 찾아왔다.

생후 28일째 되는 날 부모가 모두 일터로 나간 사이 천막집에 불이 난 것. 혼자 집에 남겨져 있던 그는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조직이 심하게 훼손된 왼쪽 팔뚝은 아예 절단돼 버렸다.

동네 아이들의 놀림이 무서워 초등학교조차 갈 수 없었던 그는 정부에서 주는 쥐꼬리만 한 ‘신체장애보조금’으로 근근이 생활했다. 사정을 딱하게 여겨 간혹 글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웃은 물론이고 가족들조차 그를 멀리했다.

8년 전 결혼해 낳은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괴물 엄마’ 때문에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다”며 울어 댔다.

그러던 지난해 9월 란칼라우엔씨는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자신을 구해 줄 ‘구원의 빛’을 만났다. 칠레한인연합교회 장홍근 장로(66)가 의료 선교차 동네를 방문했다가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된 것.

교회측은 이 사연을 한국 외교통상부와 칠레의 한국대사관에 전했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이 소식을 듣고 민간외교 차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해 주기로 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서울보훈병원에 입원한 란칼라우엔씨는 현재까지 얼굴과 목 부위의 결손조직 회생 등을 위해 3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다.

병원측은 “현지에서는 어렵겠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하는 수술”이라며 “경과가 좋아 치료는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고 밝혔다.

란칼라우엔씨는 26일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한국이란 나라에서 이런 도움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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