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블레어 “총리직 3연임” 욕심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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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영국 노동당이 후계자 논쟁에 휩싸였다.

지난 주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3기 집권을 원한다”고 공개 선언하면서부터 논쟁이 촉발됐다. 내년 총선에서도 노동당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5년 더 총리직에 있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친 것.

내심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발끈하고 나섰다. 1994년 두 사람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는 소문이 재차 들끓고 있다.

당시 블레어 총리가 브라운 장관에게 “2기까지만 수행하고 총리직을 넘기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브라운 장관의 한 측근은 “지난주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참석차 영국을 떠나있을 때 총리가 그런 선언을 한 것은 쿠데타와도 같은 일”이라고 분개했다.

브라운 장관 지지자들은 이라크전쟁 참여로 국론을 양분시킨 책임을 물어 블레어 총리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헌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물러나겠다고 한 총리의 약속까지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여론도 블레어 총리에게 불리하다. 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민 52%는 내년 총선을 전후해 블레어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후계자 논쟁은 바다 건너 프랑스의 후계 논쟁과 닮은꼴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3선을 노리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뜻을 강하게 밝히고 있다.

두 나라 정상에 맞서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양국의 재무장관들. 게다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재무장관이 강력한 경제 회복 정책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브라운 장관 역시 낮은 실업률과 꾸준한 성장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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