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남미에 ‘윙크’…원조-투자확대 담은 ‘비전’ 발표

  • 입력 2004년 9월 16일 18시 10분


일본 정부가 지구 반대편의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대규모 경제협력과 기술지원 등을 약속하며 환심 사기에 나섰다.

동아시아의 라이벌인 중국이 이 지역 맹주인 브라질과의 교류를 크게 늘리는 등 ‘중남미 외교전’에서 앞서 나가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5일 일본과 중남미간의 관계개선 방안을 담은 ‘고이즈미 비전’을 발표했다.

일본의 중남미정책 결정판으로 불리는 이 구상의 골자는 △향후 5년간 중남미 청년 4000명에게 일본 연수기회 제공 △중남미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 증액 △중남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일본 기업 참여 확대 등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외교의 숙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공론화될 것에 대비해 중남미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해두려는 속내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브라질의 개발 성과와 엄청난 성장 잠재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양측의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16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관련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17일엔 일본-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 조인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80년대 중남미 외채위기와 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가 겹쳐 교류가 주춤해진 사이에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진출이 활발해진 것이 일본 정부를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對)중국 수출은 45억달러로 최근 5년간 5배나 증가한 반면 대일 수출은 29억달러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있는 룰라 대통령이 올해 5월 일본을 들르지 않은 채 중국만 방문한 것도 일본측의 조바심을 키웠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