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살아나왔다” 러 ‘학교 인질극’소년 기적의 탈출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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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났다.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의 제1공립학교 인질극 비디오테이프에서 폭발물 옆에 앉아 공포에 질려있던 소년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 타임스는 10일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폭탄에 둘러싸인 학교 체육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떨고 있던 게오르그 파르니예프(10)가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적의 탈출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질극 발생 직전 파르니예프는 신학기를 맞아 학교 운동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노래를 합창하며 다시 만난 기쁨을 나눴다.

인질범들이 들이닥친 것은 이 순간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질범들은 총을 쏘며 학생들과 부모들을 체육관 안으로 몰아넣었다.

인질범들은 “만약 소리 지르면 20명을 한꺼번에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실제 한 인질범은 20명을 쏴 죽이기도 했다.

인질범들은 1000명이 넘는 인질 주변에 전선을 깔고 폭발물로 장벽을 설치했으며 사이사이에 지뢰를 놓았다. 그가 앉은 곳 주변에도 폭발물로 담장이 만들어졌다. 인질범 한 명이 언제라도 폭발물을 터뜨릴 태세로 기폭 장치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파르니예프 옆에는 폭발물이 수북이 쌓였다. 그의 발밑에도 폭발물 더미가 있었다. 하지만 인질범이 갑자기 그에게 다른 자리로 가라고 명령했다.

그가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있지 않아 농구 골대 근처에 있던 폭발물이 터지면서 엄청난 폭발음이 났고 대혼란이 펼쳐졌다. 하지만 폭발물의 파편은 기적처럼 자그마한 그의 몸을 피해갔다. 천우신조였다.

혼란을 틈타 그는 체육관을 나와 옆 건물로 뛰어갔다. 이어 식당으로 달려가 숨었다. 그는 한숨 돌리면서 손과 무릎에 박힌 파편을 떼 내고 물로 소독했다.

잠시 후 한 러시아 특수부대 군인이 식당으로 와 “여기에 체첸인 없나”라고 외쳤다. 파르니예프는 그를 불렀고, 군인은 파르니예프를 창문으로 넘겼고 다른 군인에 의해 안전지대로 옮겨졌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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