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인질 잃어도 협상은 없다”…러, 또 무력진압

  • 입력 2004년 9월 3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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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강경원칙을 고수해 온 러시아는 또다시 인질범들을 조기에 무력 진압했다.

당초 대부분의 인질이 어린 학생들이어서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러시아는 사태 발생 사흘 만에 공격용 헬리콥터, 박격포, 화염방사기 등과 저격수 중심의 특수부대를 동원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인질 3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진압작전 이후 상황 보고를 받고 “체첸 분리주의 세력이나 테러세력과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외신들은 ‘아내의 젖가슴을 훔쳐 가려는 자와 타타르인(우랄산맥 서쪽에 거주하면서 러시아제국을 괴롭혔던 민족)은 아내가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그들의) 머리카락까지 베라’는 러시아 속담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테러범에 대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대처 방식은 인질사건 때마다 예외 없이 나타났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 인민궁전극장에 체첸 반군이 진입해 700여명을 붙잡고 벌인 인질극이 대표적인 예. 당시 푸틴 대통령은 3일간의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자 극장 안에 독가스를 살포한 뒤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결국 인질 129명이 가스 질식으로 숨졌다.

1996년 1월에는 체첸 반군이 러시아 남부 키즐랴르의 한 병원을 습격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고 체첸 독립을 요구했다. 이때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악명 높은 체첸 주둔 특수부대를 투입했고 민간인 100명 이상이 숨지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비타협적 자세는 △인질범들이 ‘체첸자치공화국의 완전 독립’ 등 러시아 정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데다 △인질범들과 타협할 경우 러시아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다른 자치공화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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