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시모토前총리 정치생명 끝나나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07분


일본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를 이끌고 있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67·사진) 전 총리가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말려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

검찰에 따르면 하시모토 전 총리는 2001년 7월 참의원 의원 선거 직전 일본 치과의사연맹 회장에게서 1억엔(약 10억원)을 수표로 받았다. 하시모토파의 정치단체인 ‘헤이세이(平成) 연구회’는 문제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은행에 입금했으나 정치자금 보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회계책임자를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해당 정치단체 대표를 사법 처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회계책임자를 조사한 데 이어 하시모토 전 총리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수표가 건네진 현장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의 막후 실력자인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자민당 참의원 회장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자민당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처음엔 “기억이 없다”며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 수사로 전모가 드러나자 “회계상의 실수일 뿐 법을 어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했다. 전직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모금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자 참의원선거 패배로 의기소침한 자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시모토파 내에서는 하시모토 전 총리가 책임을 지고 파벌 회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아예 파벌을 해체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어 정치자금 스캔들이 자민당의 파벌정치 청산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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