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세례 받을라” 이라크 결혼식 속전속결

  • 입력 2004년 6월 30일 19시 02분


불안정한 이라크의 정국은 성스러운 결혼식 풍속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일반인들까지 닥치는 대로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범죄가 횡행하고 수시로 터지는 테러와 공습 때문에 결혼식 행사에 정성을 쏟을 형편이 못되기 때문.

월스트리트 저널(30일자)에 따르면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피로연 등 화려한 전통 결혼식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요즘 이라크 결혼식은 초스피드 행사가 돼 버렸다.

부케와 꽃 장식 등을 담당하는 관련 업소들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하는 게 아니라 신랑 신부 집으로 출장을 가서 장식품을 만든다. 가게에서 작업을 하면 자칫 주변의 시선을 끌어 뜻하지 않은 횡액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마땅한 식장을 구하지 못해 고민인 예비부부들도 많다.

결혼식을 올릴 만한 시설을 갖춘 호텔은 외국 사업가들과 언론인들로 만원이다. 그나마 보안 검색 강화로 삼엄한 경비초소와 무장 군인들 사이에서 식이 치러질 수밖에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습과 폭탄 테러를 의식해 결혼식은 쫓기듯 진행된다.

“전에 결혼한 친구들은 드레스와 화장, 식순 등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곤 했다. 이제 우리는 폭탄이 식장 근처에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마음이 마치 군사작전을 준비하는 마음과 같이 비장하다.”

지난달 18일 결혼한 사업가 올린 지아드(26)와 여대생 리나 알바르(18) 부부의 말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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