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엇나가는 한미 안보시간표

  • 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49분


한미동맹의 ‘안보 시간표’를 짜는 일이 계속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시기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간 논의가 동맹국간의 ‘건설적 협의’가 아니라, ‘감정적 협상’으로 번져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계속 엇나가는 한미의 안보 시간표=미국의 ‘주한미군 조기 감축’ 통보에 허를 찔린 정부는 8일 “미국의 안은 일방적 통보도 아니고, 최종안도 아니다”며 총반격에 나섰다. 미국의 ‘감축 시간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희망 시간표’는 ‘2007년 이후 감축 시작’이지만, 미국안은 ‘2005년 말까지 감축 완료’이다. 안보 전문가들이 “한미 양국이 서로의 속사정을 너무 모르고 있거나, 한반도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대한 평가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이다.

감축 시기에 대한 한미간 이견은 용산 미군기지와 주한 미 2사단의 이전 같은 재배치 협상 시간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재배치 협상은 ‘수주일 내’, 감축 협상은 ‘수개월 내’ 마무리되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감축과 재배치 협상을 사실상 연계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태세이다.

▽감축 시기 조정 가능할까=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005년 말까지’는 한국이 주한미군 1만2500명의 안보 공백을 메우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그 감축을 위한 협상을 하기엔 ‘상당히 긴 세월’”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무력도발과 같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나 11월 미국 대선처럼 양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시기 및 규모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 대선 전에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검토(GPR)’를 사실상 완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이라크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의 추가 차출 형식으로 실질적 감축 시기를 더욱 앞당길 가능성도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 일각에선 “동맹국간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처럼 중요하고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한 양국의 큰 입장 차이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보도자료를 내고 “대미 협의 결과를 공개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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