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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3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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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요이치로(岡崎洋一郞) 미쓰비시차 회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1992년 이후 주력차종에서 구조상 결함이 상당수 발견됐는데도 이를 회사 차원에서 은폐한 사실을 인정하고 16만대의 리콜(무상회수 및 수리)을 정부에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고전해 온 미쓰비시차는 인명 피해를 초래한 트럭의 결함 은폐에 이어 승용차에서도 비윤리적 행위가 들통 나 큰 타격을 받을 게 확실시된다. 일본 언론은 “돈 몇 푼 아끼려고 양심을 판 악덕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함 알고도 모른 척=리콜 대상은 92∼97년 생산 판매된 미라주, 데리카, 파제로 등 주력차 17종. 엔진의 실린더와 배터리, 브레이크, 에어백 등 거의 모든 부위에 걸쳐 26곳의 결함이 확인됐다.
회사측은 당시 자체 조사를 통해 차량 구조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구입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차량 정기점검 때 ‘끼워 넣기 식’으로 수리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97년 후지중공업이 같은 방식의 수리를 시도하다 적발되자 이마저도 중단해 결함 차량의 운행을 방치해 왔다.
미쓰비시차는 2000년에도 주력차종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쉬쉬하다가 내부고발로 들통 나 60만대 이상의 리콜을 신청한 바 있다.
지난달엔 상용차 자회사인 미쓰비시후소의 전 회장 등 임직원 7명이 바퀴축의 결함을 숨겼다가 트레일러의 바퀴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로 주부가 숨지는 사건과 관련해 체포되기도 했다.
▽등 돌린 소비자, 불투명한 미래=미쓰비시차는 80년대 초 현대와 기술제휴 협정을 맺고 그랜저, 싼타모, 갤로퍼 등의 기술을 이전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직접분사방식의 디젤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등 한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신차 개발에 실패한 데다 일본 굴지의 재벌인 미쓰비시그룹의 울타리에 안주해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탓에 도요타, 혼다, 닛산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각종 거래에서 그룹 계열사들의 편의를 제공받다 보니 실적이 나빠져도 경영진이 위기에 둔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련의 파동이 겹치면서 미쓰비시차의 5월 중 일본 내 판매대수는 4213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3%나 줄었다. 중고차 값은 20% 이상 떨어졌고 렌트카 이용 신청은 거의 없다.
아사히신문은 “소비자들의 불신이 미쓰비시그룹 전체로 번져 일본 최강으로 불렸던 미쓰비시의 명성에 큰 흠집이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차는 최대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지난달 초 지원 중단 결정을 내린 뒤 미쓰비시그룹의 지원으로 5000억엔(약 5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상사, 은행 등은 당초 계획대로 2000억엔 정도의 신규자금을 대주겠지만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조달키로 한 나머지 금액의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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