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過政 총리후보 알 샤흐리스타니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11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던 핵 과학자 후사인 알 샤흐리스타니(62)가 7월 1일 출범 예정인 이라크 과도정부의 ‘총리’로 확실시된다.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26일 후세인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다 악명 높은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수감생활을 했던 샤흐리스타니씨가 과도정부 총리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샤흐리스타니씨는 후세인 정권 시절의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달리 오로지 카르발라와 바스라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만 전념해 온 인물.

이 때문에 정치색이 없는 인물 가운데 과도정부 총리감을 물색해 온 유엔과 미국 입장에서는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이라크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온건 시아파에 속하는 데다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아파 최고성직자 알리 알 시스타니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의 다양한 인종과 종파를 고려해 과도정부 각료 인선 작업을 해온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는 이달 들어 샤흐리스타니씨와 몇 차례 면담을 가졌다.

샤흐리스타니씨는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만일 총리직 제의가 온다면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수락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주적인 이라크 정부 수립을 꿈꾸고 있어 이라크를 마음대로 요리하려는 미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샤흐리스타니씨는 최근 “이라크인들이 이라크 상황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라크군은 물론 연합군에 대한 통제권도 미군이 아닌 이라크 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1991년 가족과 함께 이라크를 탈출한 그는 이란과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했으며 지난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기 이틀 전 귀국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