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화상입은 최여나양, 네티즌과 강양수씨 도움으로 치료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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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나양이 화상을 입기 5년 전인 7세 때 찍은 사진.
최여나양이 화상을 입기 5년 전인 7세 때 찍은 사진.
중화상을 입은 중국 조선족 소녀가 국내외 네티즌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새 생명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광주 동구 학동 서현메카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 실험소학교 5학년 최여나양(12).

최양은 화상 정도가 너무 심해 코와 눈, 입술이 뭉개지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뒤틀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미국 등지서 동포들이 보여준 온정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화상치료를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

소학교 대대위원(초등학교 반장)과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든 것은 지난해 7월 31일.

어머니(37)를 도와 식사 준비를 거들던 최양은 가스가 폭발하면서 전신 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사흘 만에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모른다.

최양을 간호하고 있는 할아버지 최병곤씨(61)는 “여나가 마음을 다칠까봐 알리지 않았다”며 “가끔 엄마를 찾을 때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한때 사경을 헤매던 최양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네티즌들의 동포애 때문이었다.

사고 후 중국 옌볜(延邊)병원에 입원한 최양은 할아버지가 집을 팔고 여기저기서 꾼 돈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병원비가 부족해 올해 1월 퇴원하면서 치료를 중단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사연이 옌볜TV를 비롯해 중국 조선족 잡지인 ‘동북저널’ ‘광장’ 등에 보도되자 국내 조선족 돕기 인터넷사이트인 ‘모이자(moyiza.com)’가 모금운동에 나섰다.

최양의 사연이 인터넷에 올려지면서 일본과 미국의 유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진달래 마을(jindalle21.com)’과 ‘쉼터(shimto.com)’ 회원들도 힘을 보탰다.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조선족 교회 등도 동참해 두 달 만에 26만위안(약 3200만원)이 모아졌다.

뜨거운 동포 사랑으로 최양은 중국 베이징(北京)의 큰 병원에서 네 차례 굽은 손과 발을 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얼굴 피부 이식과 골절 분리 수술이 남아 있었다.

이때 최양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광주 서현메카성형외과의 강양수 원장(39). 인터넷에서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강 원장은 10일 최양을 광주로 데려왔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숙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모이자’ 사이트 운영자인 김광식씨(28)는 “여나의 재활 의지가 워낙 강해 치료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으로 돌아가면 마땅한 거처가 없는 데다 병원비도 감당하기 힘들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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