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샤론’ 落馬냐 돌파냐…조기총선 카드 쓸수도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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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의 ‘백전노장’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아슬아슬한 행보를 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수하려던 그의 분리 계획이 집권당인 리쿠드 당원 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그는 집권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보았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일부 수정할 수는 있지만 철수안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관측통들은 “만약 수정안까지도 내각에서 거부되면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야당의 요구로 3일 의회에서 실시된 총리 불신임안 투표는 반대 62 대 찬성 46으로 부결돼 샤론 총리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위기의 샤론=샤론 총리는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대 테러 병력 증강’ ‘테러리스트 표적 암살’ 등 강경정책을 내놓으며 돌파해 왔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 내에서 총리가 이번과 같은 반대에 직면한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정치 분석가 레슬리 수세르는 “그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한 번 더 타격을 받으면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샤론 총리가 야당이 요구하는 조기 총선을 받아들여 정면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내각을 재구성해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을 내각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존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어 샤론 총리로서는 어쨌든 ‘도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강경파들은 가자지구 철수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철수안 추진이 자신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평화 정착도 위기=샤론 총리의 위기는 중동 평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이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어떤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랍권은 철수안 강행 방침에 극도로 반발하고 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지금보다 더 넓은 땅을 영구히 차지하려는 분리 계획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현재의 이스라엘 정부와는 어떤 평화 협상도 재개하기 힘들다”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내에서 철수안이 부결됐는데도 “샤론의 구상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밝혀 이스라엘의 불안한 정정을 오히려 부추겼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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