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국이 속 썩이네"…인권탄압 싸고 신경전

  • 입력 2004년 4월 2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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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최근 미국과 태국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태국은 동남아에서 미국의 가장 확고한 우방.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끌고 있는 대 테러전의 든든한 동반자다. 그래서 항상 이웃 인도네시아와 비교된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태국에 설치한 대(對) 테러 비밀본부는 지난해 ‘발리 폭탄테러’사건의 범인을 잡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태국 경찰과 군대를 지원해왔다. 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후 태국을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지위로 격상시켰다. NATO 회원국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보호막’이 돼주겠다는 특별대우였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제안하는 당근책도 제공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가 올해 1월 이슬람 운동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면서 양국의 밀월관계에 미묘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태국 이슬람 사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태국 남부 이슬람 거주지역에서 100여명 이상의 이슬람교도가 경찰로 추정되는 무장괴한에게 납치되거나 실종됐다. 원성이 높아지자 태국 정부는 최근 일부 납치사건에 경찰이 연루됐다고 시인하기까지 했다.

부시 행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헌법은 인권을 침해하는 군대 훈련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2월 태국의 인권상태가 악화됐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는 오히려 “미국은 쓸모없는 친구(useless friend)”라고 반격을 가했다.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한 남부지역에서 공권력에 도전하는 무리를 진압하기 위한 대응일 뿐이라는 것이다.

‘동맹국의 인권 침해를 어디까지 눈감아 줘야 하는가.’

미국은 지금 이런 고민에 봉착해있다. 태국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이슬람 주민이 분노를 터뜨린다면 대테러전 수행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슬람 젊은이들이 더욱 손쉽게 테러 조직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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