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21세기 美자본주의 본질 대표”

  • 입력 2004년 4월 20일 15시 54분


"미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19세기를 펜실베이니아 레일로드, 20세기 중반을 제너럴 모터스(GM), 20세기 후반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물렀다면 21세기는 월마트의 것이다."

월마트에 대한 학술회의를 위해 19일 캘리포니아에 모인 250여 명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역사가 등 학계를 망라하는 학자들이 이 같이 선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월마트가 단일 국가라면 중국의 8위의 무역 상대국일 정도로 세계최대의 소매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엄청난 확장의 비밀이 미국 물가상승률을 1% 낮추게 할 만큼 철저한 저가전략에 있다는 것과 이를 위해 저임금 정책 등의 노동착취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학자들은 월마트가 이러한 놀라운 통계 그 자체보다 더 큰 것, 즉 21세기 미국 자본주의의 본질을 대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역사적 시기마다 혁신적인 경제 체제와 사회적 관계를 체현하는 본보기 기업이 등장하는데 이런 기업은 당대의 생산기술, 노동력의 조직, 시장의 새로운 모양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서 도출되게 된다.

월마트는 최첨단 기술을 적극 이용해 소비자의 취향을 읽어낸 결과 미국의 도시 구획을 재정비하고 임금 기준을 설정하는 등 사회와 산업 전반의 핵심요소들을 조직해 내고 있다.

월마트가 체화하고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가는 21세기 자본주의는 GM시대의 그것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내면서 오히려 100년 전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학자들은 분석했다.

GM이 평균을 웃도는 임금을 지급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중산층을 만들어냈지만 월마트는 가혹한 경영문화에 신기술을 적극 이용한다는 점에서 100년 전을 연상시킨다.

월마트는 소비행태도 변화시켰다. 고객은 소비자로 변했다.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형식이었던 판매의 방식을 월마트는 첨단 기술로 소비자들의 구매 형식을 분석해 대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여전히 저가상품에 열광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에도 불구하고 환경파괴, 노동문제 등 월마트에 대한 저항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월마트는 이번 학술회의가 월마트에 반하는 편견에 사로잡혀있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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