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총선 ‘테러 배후’ 변수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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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폭탄 테러의 배후를 놓고 스페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14일 350명의 하원의원과 새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스페인 총선이 실시됐다.

테러 배후가 스페인 총선에 민감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는 ‘누가 테러를 일으켰느냐’에 따라 표심(票心)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

여당은 투표를 앞두고 이번 테러에 알카에다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테러 직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우파 국민당이 사회당을 근소(4∼6%포인트)하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정부는 11일 테러 발생 직후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를 범행 배후로 지목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유권자들이 ETA가 테러의 배후라고 믿는다면 ETA에 대해 강경노선으로 일관해 온 국민당은 총선에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그러나 ETA가 테러를 부인하고 알카에다가 스스로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상은 반전됐다. 이 경우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파병한 현 정권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13일 마드리드 국민당 당사 앞에는 2000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이라크의 폭탄이 마드리드에서 터졌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야당인 사회당은 “정부가 이슬람 세력이 테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조이 총리 후보는 “나도 국민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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