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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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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건 직후 알 카에다가 “테러를 일으켰다”면서 성명을 영국 런던의 한 언론사로 전달하면서 알 카에다 배후설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TA 가능성=출근시간대인 11일 오전 7시반을 전후해 발생, 대규모 희생자를 낸 이번 테러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ETA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ETA는 1968년 이후 각종 테러로 850여명의 희생자를 낸 테러 단체. 특히 이번 사건이 총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ETA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정권을 뒤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아스나르 정권은 2000년 집권 이후 바스크 분리주의 세력에 대해 강경책으로 일관해왔다.
이번 테러에 원격조종 다이너마이트가 사용된 것도 ETA 배후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ETA는 지금까지 각종 테러에 원격 폭탄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ETA는 사건직후 테러 혐의를 부인했다. 이는 통상 테러 전에 경고를 하고 테러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혀온 ETA의 ‘행적’과는 다르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ETA는 이번처럼 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를 저지른 적도 없다.
△알 카에다의 소행?=이런 상황에서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일간지 ‘알 쿠드스 알 아라비’는 테러 직후 알 카에다 산하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이 성명을 보내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성명에서 알 카에다는 이 사건이 “십자군의 일원이며 미국의 동맹국인 스페인과의 구원(舊怨)을 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성명은 “우리는 미국에 대한 공격인 ‘죽음의 검은 바람’ 작전이 최종 준비단계에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면서 “이 작전의 준비가 이미 90% 정도 끝났으며 신의 의지가 적당한 시간에 나타날 것”이라고 미국에 대한 테러를 경고했다.
마드리드 외곽에서 코란을 아랍어로 녹음한 테이프와 기폭장치 7개가 실린 밴 차량이 발견된 점도 알 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을 시사한다. 테러 수법도 9·11테러처럼 동시 다발적인 것이어서 전형적인 알 카에다의 수법과 일치한다는 분석.
하지만 영국 BBC방송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건 조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스스로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기존 알 카에다의 행태와는 다른 것”이라며 알 카에다가 배후 세력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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