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토안보부는 관료적 프랑켄슈타인"

  • 입력 2004년 3월 10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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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고 비효율적인 머리를 가진 '관료적 프랑켄슈타인'이다."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은 최신호(15일자)에서 9·11 테러 이후 신설된 미국의 국토안보부(DHS)를 이렇게 표현했다.

잡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각종 연설에서 'DHS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역사적 과업을 환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DHS는 2002년 11월 신설이 확정됐으며 지난해 3월 발족했다. 재무부 산하 비밀검찰부를 비롯, 해안경비대, 국경수비대, 연방비상관리국, 교통안전국 등 22개 연방기관이 합쳐진 이 공룡 조직에는 약17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진전 없는 핵심 업무=9·11 테러 이후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각 정보기관이 갖고 있는 1차 자료들을 공유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DHS 신설의 큰 이유였다. 개별 기관이 그려내기 어려운 종합적인 패턴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

DHS 산하에 마련된 IAIP가 이 역할을 맡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IAIP가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TTIC라는 독립 기구가 신설됐다. 업무 중복으로 혼선을 빚다가 정보 통합과 관련한 대부분의 업무는 TTIC로 이관됐다.

정부의 12개 기관이 각자 관리하고 있는 테러 용의자 리스트를 통합하는 일도 가장 긴급한 업무 중 하나다. 톰 리지 장관은 지난해 4월 의회에서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5개월 후에는 '곧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더 지난 후에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 이 일의 관할은 FBI로 이관됐다.

▽2류 인력=인프라 시설에 대한 위기관리 등의 업무는 여전히 IAIP에 남아있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 위기 분석 전문가 등은 애초 책정된 인원수의 25% 정도만 고용됐다. 예산도 부족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큰 이유다. IAIP의 국장직도 열다섯 명이나 연달아 고사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DHS가 꼭 필요한 인재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 행정부의 전 국토안보 담당 관리는 "내가 B급이나 C급 수준의 팀과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CIA FBI 등 정보기관과 국방부 국무부 법무부 등 다른 행정부는 DHS를 무시한다. 이들 기관과 행정부들의 업무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권한이나 힘이 턱없이 안실리고 있다.

▽삐그덕 대는 공룡조직=22개의 기관을 통합되면서 생기는 마찰도 문제다.

현재 DHS에서는 기존 이민귀화국(INS)과 세관이 하나의 부서(BTS)로 통합돼있다. INS와 세관의 업무 중복이 많았기 때문. 세관 직원들은 "통합된 이후 더 비효율적인 INS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고 불평하고, INS 직원들은 세관 직원들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불평한다. '양 진영'은 요원들이 차고 다니는 권총을 어떤 기종으로 할 것인지 등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기존 부서간 마찰로 통합이 아예 무산되기도 한다. 연방응급관리소와 국내대응사무소는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해 통합하려 했으나 양 조직의 반발로 무산됐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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