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축구공을]이라크로 갈 내 아들, 해병 보람아!

  • 입력 2004년 3월 9일 19시 04분


《다음 글은 이라크에 파병 예정인 해병 아들을 둔 한 아버지가 ‘이라크에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 성금을 접수시킨 뒤 아들에게 쓴 편지다. 아들이 이라크 파병을 지원한 데 대한 아버지의 생각과 불안한 심정, 안전을 비는 마음 등을 잘 나타내 주고 있어 소개한다.》

내 아들, 해병 보람아!

지금 막 동아일보에서 전개하고 있는 ‘이라크에 축구공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왔다. 은행계좌로 송금하고 돌아오면서 좀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처지였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라크 파병군인들의 안전을 위해 동아일보가 기울이는 노력에 대해 눈물겹도록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찌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덤덤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절체절명의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 꼭 해야 할 일이나 미처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을 우리나라 굴지의 신문사에서 추진해 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네가 자이툰부대(이라크 파병부대)에 지원한 그 순간부터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이라크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또 이라크에 축구공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동아일보와도 연결이 된 것이다.

네가 해병에 지원한 그때부터, 아니 어쩌면 네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그 숙명의 순간부터 이 일은 우리 가족에게 예비되어 있었던 일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 이라크 파병부대에 지원했다는 네 말을 전해듣는 순간 수없이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결정에 선뜻 동의해 준 것은 이미 장성하여 성숙한 한 인격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의 틀을 조금 더 넓혀 보았더니 너와 내가 직면한 이 사실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 선대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까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이라크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등 전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들여다보였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린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잉잉대는 꿀벌 한 마리 등등.”

이렇듯 대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들먹이면서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 인디언의 추장 미타쿠예 오야신의 웅변이 가슴을 때린다. 어쩔 수 없이 너는 시간과 공간의 연결된 끈으로서,(중략) 수세기 동안 분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라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조국 대한민국은 너에게 이라크의 평화를 재건하라고 명령했다. 이 아버지도 너에게 명령한다. 무사히 돌아오라. 몸 성히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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