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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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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찾아온 호황=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물가상승을 뺀 실질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1.7%, 연율로 환산하면 7.0% 성장했다.
이는 ‘거품경기’가 절정이던 1990년 2·4분기의 2.5%(연율 10.5%)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 4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한 일본 경제는 지난해 2.7%의 연간 실질성장률을 달성해 2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은 “경기가 완만하면서도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이 머지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출호조-설비투자 증가 덕택=성장률을 끌어올린 두 날개는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확대와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에 대한 수출 호조.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5.1% 늘었다.
소니는 디지털가전용 반도체와 디지털카메라용 소자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이 분야에만 지난해 1850억엔(약 1조8500억원)을 투자했다. 샤프도 600억엔을 들여 액정표시장치에서 디지털TV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완성하는 등 디지털가전의 판매 증가가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수출도 전자부품 통신기기 자동차 철강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호조를 보여 전 분기보다 4.2% 늘었다. 특히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액은 전년보다 32.8% 증가해 ‘중국 특수(特需)’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회복이 관건=기업부문의 호조와 달리 가계는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소비는 디지털가전 붐에 힘입어 0.8% 늘었지만 소득계층간 소비의 양극화는 심화됐다는 게 중론. 지난해 백화점 등 대형유통 업체의매출액은 10월 한 달만 전년치를 웃돌았을 뿐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대다수 업체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소비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근로자 급여수준을 나타내는 고용자 보수는 전년 동기 대비 0.2% 줄어 가계가 경기회복의 과실(果實)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가 기력을 되찾은 것은 분명하지만 내수의 뒷받침이 없으면 디플레이션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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