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리스크관리에 힘쓸때"…美금리 인상시사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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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비하라.”

펀드매니저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계속된 급등에 대한 부담감으로 상승세가 주춤거리기 시작했기 때문. 최근 1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던 외국인이 29일 처음으로 1899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이들의 경계심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상당수 투신운용사들은 내부 회의를 통해 조정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및 투자전략 조정 방안을 찾고 있다.

▽“말 한마디에 표정 바꾼 증시”=미국 증시는 전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동결을 발표했는데도 발표문 내용의 미묘한 변화 때문에 결국 급락세로 전환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문장에서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데 따른 것. 금리인상 시기가 한 발짝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가(街) 일부에서는 “금리를 인상한 것도 아닌데 단순한 표현 변화에 과민 반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작은 변화에도 증시가 출렁일 만큼 주가 급등에 대한 부담도 큰 상태라는 해석에는 대부분 동조하는 분위기다.

현재 주가 수준에 대한 불안감은 국내 증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우선주의 강세가 대표적인 근거. 종목별 업종별로 돌아다니던 순환매(循環買)가 새로운 주도주를 찾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우선주까지 흘러왔다는 논리다. 이를 단기적인 정점 신호로 볼 때 앞으로 증시가 한동안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증시는 이미 중기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동기만 유발되면 차익 실현을 하려는 욕구가 무척 강해진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 지수대의 최대 관건은 ‘리스크 관리’=이런 상황 속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한 달러 기조와 아시아 증시로의 자금 유입 현황 등을 볼 때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 그러나 잇따른 급등 뒤 으레 찾아오는 조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랜드마크투신운용 최홍 사장은 “고용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과 국내 내수 부진 등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40여개였던 종목 수를 줄여 선별적으로 오르는 종목에 집중시키고 주식 편입비율을 소폭 낮추는 전략을 쓸 계획이다.

KTB자산운용은 “시장주도주는 안 바뀔 것”이라는 판단하에 대형우량주는 보유하되 전체적으로는 현금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B&F투자자문 등도 지금까지 상승폭이 컸던 보유 주식의 차익 실현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운용본부장은 “조정폭이 크지 않고 기간도 짧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변동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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