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합동팀 새해 첫날 남극 공동탐험

입력 2003-12-29 18:44수정 2009-09-2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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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남극대륙 미답봉 정복에 나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합동팀이 지난달 프랑스 샤모니에서 등반 훈련을 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은 고된 훈련을 함께하며 팀워크를 쌓았다. -사진제공 EPM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가 시작된 이래 만 3년이 넘도록 ‘표적 암살’과 ‘자살폭탄 테러’로 얼룩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를 넘겨도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과연 끝은 있을까.

새해 1월 1일 남극 대륙의 미답봉 정상에 오르기 위해 출발하는 8명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혼성 탐험대는 “어디나 끝나는 지점은 있다”고 대답한다.

양측의 유혈 분쟁으로 저마다 개인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 팀원은 약 35일간 악전고투를 함께하며 ‘미지의 얼음 산’에 올라 이 산의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칠레의 푸에르토윌리엄스에서 대기 중인 이들의 프로젝트명은 ‘얼음을 깨고(Breaking the ice)’. ‘실마리 찾기’ ‘관계 트기’라는 뜻을 함축한 용어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빙벽을 깨자!”=독일 베를린에서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유대인 헤스켈 나타니엘이 처음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을 때 사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곧 탐험을 통해 친선을 추구하는 단체인 ‘극한평화임무(EPM)’가 이를 접수해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남자 6명, 여자 2명의 팀원은 하나같이 양측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이스라엘인 도론 에렐은 폴란드 태생 부모가 나치 대학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스라엘인 박사 야르덴 판타(여)는 어릴 때 살던 에티오피아에서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들이 모두 숨지자 14세의 나이로 혼자서 6개월 만에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변호사인 아비유 쇼샤니와 에렐은 이스라엘 특공대 출신이다.

팔레스타인인 나세르 콰스와 술레이만 알카티브는 이스라엘군에 대항해 싸우다 수년간 복역한 경력이 있다. 형이 82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에 피살된 언론인 지아드 다르위시, 팔레스타인인이지만 이스라엘 국가대표 배구팀에서 활약한 올파트 하이더(여)도 참가한다.

▽눈보라를 뚫고 평화로=이들은 9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바다에서 훈련에 들어갔다. 11월에는 프랑스 몽블랑 산자락 샤모니에 캠프를 치고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 등반훈련을 거듭하며 우정을 쌓았다.

마침내 새해 아침 남미 남단의 드레이크 해협을 가로질러 965km를 항해한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항해 코스 중 하나”라고 영국 가디언지는 전했다. 이들은 서로 몸을 묶고 남극의 빙원을 가로지른 뒤 아직 아무도 오른 적이 없는 남극 반도의 미답봉 정복에 나선다.

이들의 여정에 대해 달라이 라마,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4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축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파트 콕스 유럽의회 의장,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첫 아랍인인 제디 알 레파이도 축복을 빌었다.

이들의 탐험 여정은 매일 홈페이지(www.breaking-the-ice.de)를 통해 알려지며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다. 나타니엘씨는 “우리가 성공한다고 해서 당장 평화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함께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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