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낙선의원들 “의회 직원 자리라도…”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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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직원이라도 좋다….”

7일 총선에서 낙선한 50여명의 러시아 하원의원들이 의회에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의회사무처가 골치를 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 전했다. 18일로 임기가 끝난 이들 전직 의원들은 사무처나 상임위의 고위 정무직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방 출신이다. 낙향하면 중앙정계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뒷날’을 기약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모스크바에 남으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전직 의원이 의회에 취업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하는 전직 의원들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것이 관행이었다. 심지어 ‘옛 동료 의원’의 보좌관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의회의 고위직 관리는 아파트와 승용차 제공 등 의원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공산당을 비롯한 3개 야당이 참패하면서 낙선 의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70∼80명의 전직 의원이 구직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리’는 한정돼 있어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의회사무처도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전직 의원 출신 직원들은 다음 선거에만 신경 쓰고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업무에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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