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주재원 “치안 불안…낮 외출도 삼가”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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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들의 표적이 한국과 일본 등 동양인으로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당분간 이라크 출장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거주하고 있는 한 수출업계 주재원은 본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저항세력이 아무 근거도 없이 이틀 연속 일본인과 한국인을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익명으로 보도한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바그다드 치안 상황은….

“매일매일 불안을 느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다. 밤에는 통금이 실시되기 때문에 외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꼼짝 못하고 실내에 머무르고 있다. 낮에도 저항세력의 공격이 잦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 같은 곳에는 가지 않는 등 외부 활동을 삼가고 있다. 특히 여러 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것은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전화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치안이 안정될 때까지 바그다드를 떠나는 것이 안전한 것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현장을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그다드에 남아 최소한의 활동을 하고 있다.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철수를 검토할 것이다.”

―오무전기는 직원들이 이번에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이라크에 진출한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는데….

“기업들은 이라크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대사관 등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무전기도 원래 이라크에 상주하는 업체는 아니고 송전탑 수주 일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의 피해는 없나….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은 40여명이며 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사업하고 있는 기업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라크 출장은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이라크에 올 때는 대사관이나 KOTRA 등과 상의해 안전한 시기와 장소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놓고 이라크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에 묵으며 자동차로 외딴 곳에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도 대사관 등에 알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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