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로비 스캔들, 美-日에 불똥 튀나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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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1990년대 중 후반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 시절 미국과 일본의 정 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거액의 금전 로비를 펼쳤으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로비 대상자 명단을 입수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참고소식지(紙)는 18일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 최근호(17일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대만 게이트'로 명명된 로비 스캔들이 공개될 경우 미국에서는 '제2의 워터게이트', 일본에서는 '제2의 록히드 사건'으로 비화해 양국 정가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비 대상자들=CIA는 대만 국가안전국 유럽연합(EU) 책임자인 양류성(楊六生)으로부터 당시 공작내용을 청취했으며 거액의 돈을 건넨 로비 대상자들의 명단도 입수했다.

명단 중에는 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포함돼 있으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의 커트 캠벨 국방부 차관보도 들어 있다. 이들 모두 부시 행정부의 대외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Neocon)들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인 캠벨은 국방부 차관보 재직시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해 리 총통과 만났으며, 미국에서도 4차례 대만 공작원과 접촉했다.

이와 관련, 대만 친민당의 쑨다첸(孫大千) 입법위원은 최근 입법원 외교위원회에서 리덩후이 정부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 10여명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제공했으며, 민간 학자들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5만"<10만달러의 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일본에서는 자위대 고관 및 정계 인물들이 주요 로비 대상이었으며 이들에 대한 공작 활동은 미국보다 더욱 활발했다.

▽공작명 '밍더(明德) 프로젝트'=미국과 일본 정 관계의 친(親)대만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밍더 프로젝트'는 1995년 국가안전국에 의해 처음 입안됐다. 1996년 중국이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해 양안 긴장이 고조됐을 때 국가안전국은 금전 로비로 포섭한 일본과 미국 인사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특히 대만해협 위기 당시 국가안전국은 홋카이도(北海道)사령관 등 자위대 고관들로부터 주일미군의 동태를 탐지했으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인사들을 통해 첸푸(錢福) 전 외교부장이 아난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밍더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들=대만해협 위기가 발발하자 리 총통은총통부 고문인 쩡융셴(曾永賢)을 일본에 밀사로 파견해 친대만 인사들과 접촉케 했다. 양류성은 당시 주일 대만대표부의 무관(대령)으로 쩡과 함께 대일 공작을 펼쳤다. 이후 쩡은 고향 후배인 양을 장군으로 승진시켜 '밍더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로 임명했다. 쩡은 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정치자문이기도 하다. 대미 공작은 당시 국가안전국장이었던 인쭝원(殷宗文)이 직접 담당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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