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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3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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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프랑스-독일 연합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이 다음달 4일 이 같은 구상을 공개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르몽드는 2, 3면까지 할애해 이라크전쟁 반대 축을 형성하며 급속하게 밀착한 두 나라의 연합 가능성을 점검하고, 프-독 연합은 외교안보 및 재정 교육 정책에서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는 함께 갈 때”=양국은 올 1월 22일 프-독 우호조약인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정기 합동국무회의 개최 △장관 스와핑(교환) △자국 거주 상대국민에게 이중국적 허용 등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국가연합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도 이때. 두 나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각각 자국 언론 기고를 통해 양국이 공동 외교안보정책과 통합군 및 단일 외교단, 공동 재정정책과 단일 조세제도를 가진 국가연합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의 연대는 이라크 전후 처리 및 EU 헌법 제정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10월 EU 정상회의에서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국내 현안을 이유로 조기 귀국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대리하기도 했다.
▽국가연합은 경고?=르몽드는 두 나라가 국가연합까지 모색하게 된 데는 이라크전쟁 및 시라크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의 재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라크전쟁 전 영국과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는 물론 내년에 EU에 가입할 중·동유럽까지 미국 편에 서자 ‘유럽통합의 양대 기관차’를 자임했던 두 나라에 위기감이 촉발됐다는 것.
따라서 국가연합 시나리오는 EU 헌법 제정을 둘러싼 회원국 이견 등으로 EU 확대가 난항을 거듭할 경우 두 나라만의 독자 연합을 창설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르몽드는 분석했다.
▽아직은 원론 수준=그러나 르몽드는 “프-독 연합은 아직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을 뿐 두 나라가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양 국민이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지 않으며, 특히 독일에서 강력한 우방인 미국을 등지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불전쟁과 세계 1, 2차대전을 거치며 치열하게 싸웠던 두 나라가 연합을 검토한다는 시나리오 자체에서 20세기 서방세계를 유지했던 세력 판도의 변화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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